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우승과 우리말 교가 제창을 들으며
=새로운 세상의 중심 언론= -시민방송뉴스통신용인 이재희기자-
국제학교의 고시엔 우승과 우리말 교가 제창을 들으며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 행정학 박사 김석규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쿄또 국제고 우리말 가사 교가가 지난 8.23 제 106회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전국 고교 선수권대회에서 이 학교의 우승으로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이것으로 일본의 혐한 극우인사들의 도를 넘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해돋는 곳 동해의 맑고 넓은 곳 장백산줄 구룡산 높은 봉우리~~”내가 60년대에 다녔던 동해바다 작은 포구 구룡포읍 소재 구룡포초등학교 교가 첫 소절이다.
“구룡포 사라끝 이름난 이곳 동해를 바라보며 솟아난 이 집~~” 역시 나의 모교인 같은 구룡포 읍내에 있는 구룡포중학교 교가 첫 소절이다.
필자의 고향 구룡포는 국민학교 시절인 60년대 만해도 포항에서 “아이노리”버스로 1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려가야 닿는 시골 벽촌이었다. 옛 바닷가 고향추억이 생각나면 한 번씩 흥얼거린 덕분에 아직도 두 개의 교가를 1절까지는 다 부를 수 있다.
초·중·고교의 교가는 한국·일본·중국에는 보편적인데 서구에는 드물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학교가 위치한 주변의 바다, 산, 강, 들판 등의 이름을 넣고 그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열심히 지·덕·체를 닦는다는 형식의 교가를 갖고 있다. 노년에 접어든 초중고 동창들이 몇 년 만의 모임에서 수십 년 전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아련한 추억에 녹아들며 감회에 젖곤 한다.
일본의 전국 3,715개 고등학교가 참가한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전교생 136명에 불과한 한국계 쿄또 국제고가 승리하였다. 관례에 따라 승리한 고교의 교가가 연주되었는데 한국계 국제고로서 한국어 가사의 교가였고 연주된 장면이 全일본에 생중계되었다. 그 가사에 내 어릴 때 초등학교 중학교 교가 가사처럼 동해바다가 들어있어서 더욱 친근하게 들리고 감동적이었다. 쿄또 국제고 교가의 ‘동해’는 내 놀던 옛 고향의 ‘동해’이자 구룡포 초등학교·중학교 가사에 나오는 바로 그 ‘동해’인 것이다.
쿄또 국제고는 일제 강점기 전후로 건너간 한국국적의 재일교포를 교육시키기 위해 1947년 개교하여 한국의 교육부, 일본의 문부성 양쪽에서 설립인가를 획득하고 양국에서 지원을 받는 정규 교육과정의 학교이다. 지금 136 여명의 재학생중 70%가 일본인이고 30%만 한국국적 재일교포 학생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원래 한국국적을 가진 재일교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일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라나는 세대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해방직후에 재일교포들이 모금하여 개교한 것이다. 일본 정규 중고교 과정학교이면서 한국계 학교로서 정체성도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3~4C경 동해바다를 건너간 가야·백제·신라 세력과 일본열도 세력이 연합하여 쿄또를 아우르는 지역에 야마토국을 건국하였는데 그 야마토가 현재의 일본의 근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조상의 후예로서 조상들의 뜻을 받들어 잘 살아가겠다는 높은 이상이 담긴 가사이다. 일본측에서 보면 친정부적이고 긍정적인 가사이며 한국계 국제고로서 양국친선의 선의가 담긴 가사이기도 하다.
다만 같은 바다를 우리는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따른 한일 양국간에 갈등이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일본의 혐한론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15 00:00 KBS가 1개월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푸치니의 오페라‘나비부인’을 방송했는데 하필 광복절에 일본문화를 상징하는 국가인 ‘기미가요’와 ‘기모노’가 왜 나오느냐고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이 빗발쳤다. KBS는 올림픽 중계 때문에 방송일정이 밀려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되었으며 방송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 실수라며 사과했다.
KBS가 좀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의 하나인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감성적인 선율과 섬세하고 시적인 대본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객들에게 매번 감동의 눈물을 이끌어 내는 명작으로 유명하다. 순수한 예술작품의 방송임이 분명하다. KBS의 신중하지 못한 실수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것으로 방송국과 정부를 친일로 몰아가는 댓글과 정치권의 과도한 반응 역시 자제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과 그 피해를 입은 한국처지를 뛰어 넘은 지 오래다. 60년대~70년대 왜색과 비탄조라면서 지금 우리가 즐기는 많은 트롯 대중가요가 방송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연간 국민소득 68달러로 시작한 당시 정부는 해방된 지 십수 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화적 예속을 염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8월 상반기에만 140만명이 일본으로 관광을 가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 젊은 세대다. 일본의 젊은이들도 한국문화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음식 맛집 투어를 하고 있다.
비록 독도, 강제징용·위안부 사과와 배상문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등 일제 강점기와 관련된 한일간의 갈등 요소들이 아직 많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간에 갈등요소가 있다고 해서 영원히 서로 문닫고 안 보고 살 수는 없다. 부산 해운대 뒤편에 솟아있는 장산(634m)에 올라가 보면 대마도가 바로 눈앞이고 대한해협이 큰 호수로 보인다. 그만큼 가깝다는 것이다.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인 것이다. 古일본시대에 우리 가야·백제·신라로부터 문화적·혈연적 전수傳受가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많은 일본 역사학자도 그것을 다 인정하고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정당성의 근거라고 하는 ‘임나일본부說’도 새로운 역사적 증거들이 밝혀지면서 일본 내 학계에서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이 기원이라는 옛 매장풍습인 전방후원묘前方後圓墓 양식이 중국과 북한에서도 역사가 더 오래된 형태로 발견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중의 하나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 정치권이나 일본의 우익들은 여전히 친일청산, 혐한을 외치며 서로에게 삿대질하고 거품을 물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정상적인 교류를 하면서 북한·중국·러시아와 같은 전체주의 장기집권 독재국가들에 대해 함께 대응해 나가야 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이것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헛꿈을 품고 조선을 포함 수 많은 동아시아국가들을 침탈했던 그때 제국주의 일본과 친하자는 그 “친일”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의 한국은 옛날의 구한말 조선이나 60~70년대 한국이 아니다. 이미 자동차, 조선, 전자제품, 철강 등 많은 분야에서 과거 일본을 뛰어넘고 국민소득이 일본을 웃돌며 K팝, K푸드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이다. 단지 남북문제와 정치문제가 우리 뒷다리를 잡고 있지만 이것도 극복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자신만만하게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피해의식에 빠져 소극적으로 나설 것인가.
또한 이번 일로 일본의 혐한 극우인사들의 과도한 압력과 비난으로 쿄또 국제학교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 관할 부처인 우리 외교부·교육부에서 신경 써주고 일본 혐한 극우세력들의 비난에 자제를 요청하며 이 학교를 응원해 주고 있는 ‘니시와키 다카토시’ 쿄토 지사와 같은 많은 뜻 있는 일본 인사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기원해 본다.
김석규(69세) 행정학 박사 현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 국가공무원(1급 퇴직), 전 목원대 교수, 경기수필가 협회 회원 시사칼럼 『정론직필 사자후』(2022) 수필집 『送年 隨想』((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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