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공양 춤 보시/옥창열
=새로운 세상의 중심 언론= -시민방송뉴스통신용인 이재희기자-
춤 공양 춤 보시 / 옥창열
비구 스님이 막춤을 춘다. 큰 절에서 재를 올릴 때 박박 머리에 하얀 고깔을 쓰고 나풀나풀 추는 바라춤과는 거리가 멀다. 흥겨움을 어쩌지 못해 마구 흔들어대는 세속인들의 막춤처럼 아무렇게나 춤을 춘다.
신나게 춤을 춘다 삼바 여인 리듬 맞춰 잿빛 승복 속에 눌러왔던 불덩어리 감추려 감추려 하다 활화산 되었구나
솟구쳐 팔딱대다 무너질 듯 흐물대며 온갖 삿된 마음 춤사위로 떨쳐내니 신자들 번지는 미소 불심인들 다를쏘냐
속세의 노모를 모시기 위해 산사음악회 같은 불교행사에 불려 다니며 막춤을 추는 분은 하유 스님이다. 고교 밴드부와 군악대에서 드럼을 친 경력이 있어 법고를 두드리는 '고두' 소임을 맡다가 막춤을 추게 되었다고. 유튜브 댓글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땡중이나 할 짓이다, 불교를 욕 먹인다는 분도 있고 살풀이 같다, 불교 대중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도 있었다. 술을 걸친 것 같다, 마약을 한 것 같다고까지 하는 분도 있었는데, 사실 저분은 승가대학을 나와 정식으로 계를 받은 스님이 맞고, 마약은커녕 속세에 있을 때부터 평생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분이라고 한다. 사미십계 중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풍류에 빠지지 말라는 것도 있어 장삼자락 펄럭이며 신명 나게 춤추는 파격적인 몸짓이 계율에 어긋나는 것은 맞다. 우리가 출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런 계율은 수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절대적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절간에서는 스님들에게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지만, 군 복무나 여행 시에 부득이할 때는 고기를 먹는다. 석가모니조차도 상한 돼지고기 요리를 먹고 복통을 일으켜 열반에 이르렀다. 그는 살생을 하지 말라고 했지 고기를 먹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후대에 대승불교 계열에서 수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그런 계율을 정했다는 것이다. 어느 해 가을, 내장산으로 단풍놀이 갔을 때 내장사 올라가는 길에 어느 비구 스님이 확성기를 갖다 놓고 대중가요를 거나하게 부르고 있었다. 불교TV에 나와서 대중가요를 가수 저리 가라 멋드러지게 부르는 비구니 스님도 있었다. 원효대사도 일체유심조 깨달음을 얻은 후, 요석공주를 만나 설총을 얻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 노래하고 춤추고 저잣거리를 돌아치며 불교를 전파하지 않았던가. 한국 선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경허대선사도 만년에 환속하여 서당 훈장을 하다 타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계율의 강을 넘나들며 광활한 무애의 대승세계를 살았던 자유인들이었다. 춤추고 노래하는 승려를 타락한 땡중 쯤으로 보아서는 안 될 이유다. 그들은 어려운 교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민중에게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어울리며 부처의 가르침을 전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부처의 가르침을 평범한 민중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풀어놓은 것이 춤이요 노래인 것이다. 산중에 들어앉아 도를 닦는답시고 점잔 빼는 것보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중생 제도에 지친 부처님도 춤 공양, 소리 공양에 피로를 푸시며 흐뭇해하실 듯하다. 무아지경의 막춤이 7부 능선을 넘으면, 지켜보던 불자들이 뛰쳐나와 스님과 같이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춘다. 승속이 한 데 어울린 축제의 한마당으로, 그의 춤은 바로 공양이요 보시였다.
프로필 옥창열 -동국대 졸업, 특정직 국가공무원 퇴직 - 『워낭소리의 추억』 등 수필집 3권, 시조집 2권 출간 - 글벗문학상, 석교시조문학상, 경기문학인대상 수상 - 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3회 수혜 - 문학 및 음악 유튜브 채널 『느티나무 그늘 아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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